아이에게 스마트폰 혹은 만화책 중에서 하나를 줘야 한다면 엄마, 아빠로서 아이에게 어떤 걸 줄 것인가? 곰곰히 생각 해보자. 난 둘 중 하나라면 무조건 만화책이다. 물론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만화책이 최악보다는 낫다는 거다. 더 나아가 그 만화책은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초등 저학년 아이가 만화책이라도 읽고 싶어 한다면 걱정 말고 마음껏 제공해 주라고 말하고 싶다.
◎ 만화책 읽기는 글(활자)을 읽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
요즘은 유아기때부터 워낙 영상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보니 혼자 글을 읽어나가야 할 초등 저학년때 글(활자)을 읽을 경험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기때는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혀주지만 그 아이가 책을 스스로 읽을 줄 아는 초등 저학년이 되면 부모는 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글읽어주기를 끝내버린다. 그리고 아이에게 글밥 많은 책을 가져와 스스로 읽으라고 다그치기 바쁘다.
아이를 키우며 돌아보니 그림책에서 글밥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아이 혼자 가기엔 험난하다. 유아기때 처럼 부모가 옆에서 끼고 함께 읽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할 때는 만화책에 살짝 기대어 봐도 좋을 듯하다. 흥미로운 그림을 보며 글을 읽는 연습만으로도 만화책은 그림책과 글밥 많은 책의 교두보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 만화책을 실컷 본 아이는 기필코 책을 찾는다.
첫째가 초등 저학년때 만화책을 참 많이 봤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돌봄 교실에서 읽은 만화책을 자랑하기 바빴다. 거기다가 사촌형에게 물려받은 why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초3때는 흔한남매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고 해서 그 많은 시리즈들을 사주고 신권도 계속해서 사다 날랐다. 그러던 초3 겨울방학 아이는 기필고 알을 깨고 나왔다. 그때부터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기 시작해 현재 4학년 1년 동안 아빠 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내고 있다.
사실 아이가 학습만화도 아닌 단순 흥미에 초점을 둔 흔한남매를 읽을때는 마음이 불안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에겐 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만화책을 읽는건 나쁜게 아니다. 만화책을 읽는 것 자체가 글을 읽는 연습, 한권씩 책을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세뇌 아닌 세뇌를 나와 아이에게 하곤 했다.
◎ 엄마가 길잡이가 되어주자.
나의 경험상 만화책은 그림책과 글밥이 많은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줌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만화책의 역할이 성공하려면 주 관찰자(엄마 혹은 아빠)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주 관찰자는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쉼 없이 제공해주되 좋아 할 법한 글밥이 있는 책을 한권씩 들이 밀어야 한다. 단 나의 의도가 드러나면 실패다. 아니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혹은 포켓몬카드로 딜을 하면 된다. 아직 어린 나이라 엄마의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 분위기, 책 스타일을 알 수 있게 되고 아이 또한 만화책으로 충분히 글 읽는 연습이 되었기에 부모의 요구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엄마의 길잡이 역할이 어느정도 성공한거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고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만화책을 못읽게 할게 아니라 부모가 영리하게 만화책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싶다.